내가 이민 온 해는 98년 말이었다.
97년 밀어닥친 일명 IMF라고 하는 경제적 괴물로 인해 온 나라가 한창 떠들석하고 기업들은 부도가 나고 서로 앞다투어 감원하기에 바쁜 아주 어수선한 시절이었다.
당시 기업의 차장으로서 일하고 있던 나는 한 기업에서 30년-40년 자기 가족보다 회사를 더 사랑했던 많은 분들이 하루 자고 나면 잘려나가는 것을 보고 있었다. 사실 이것이 내가 이민을 오게된 동기가 된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였다.
98년 11월 21일,
나는 아내와 아이들보다 3주 먼저 와서 호텔에 묵으며 나보다 6개월 먼저오신 김선배하고 돌아다니며 살 집도 구하고 학교도 가보고 여기저기를 미리 대강대강 둘러보았다.
3주후 드디어 아내와 아이들이 밴쿠버 공항에 도착했고 공항에서 바로 내가 묶고 있었던 호텔에 왔다. 아직 계약한 집에 들어가려면 3일 정도는 호텔에 더 있어야했다.
오랜만에 아빠를 보고 반가워하는 아이들과 함께 호텔에서 아내가 가져온 가방을 푸는데 이상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아뿔사, 아이들 고모가 진공포장하여 싸준 김치가 비행기에서 터졌던 것이다!
아까와서 버릴수도 없고... 할수 없이 아내는 다른 플라스틱 통에 잘 집어넣어 냉장고에 넣어두었고 3일간을 잘 먹었는데...밖에 나갔다가 호텔방에만 들어오면 김치 냄새가 온 방에 가득했다. 호텔 청소하는 사람이 무척 싫어할것 같아 마음이 편하지 않았고 '이래다 쫒겨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호텔첵크아웃을 하면서도 한편으론 무슨 말을 들을까 불안하기도 하고 한편으로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결국 아무 이야기도 하지 못하고 종종걸음으로 호텔을 나섰다.
휴우~
이렇게 시작된 캐나다 생활, 바로 김치 냄새에 신경써야하는 외국생활이 드디어 시작된 것이다. 가장의 어깨를 무겁게 했던 그 김치 눈치를 생각하면 아직도 10년 전의 긴장된 나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